이슈엔/ 기업에 위기는 늘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위기를 대하는 경영진의 태도는 그 기업의 품격과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다.
최근 쿠팡에서 발생한 대규모 회원 개인정보 유출 정황과 그 직전에 이루어진 임원들의 주식 대량 매도 논란은, 기업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윤리적 나침반이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깊은 의구심을 자아낸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
가장 심각한 쟁점은 '타이밍'이다. 기업의 명성과 주가에 치명적인 악재가 될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사실이 공표되기 직전, 내부 정보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접할 수 있는 위치의 임원들이 주식을 대량으로 처분했다.
이것이 단순한 우연일 확률은 얼마나 될까.
만약 유출 사실을 인지하고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매도를 감행했다면, 이는 자본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내부자 거래'라는 중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
설령 미리 설정된 자동 매도 계획에 따른 것이라는 기술적 해명을 내놓더라도, 대중이 느끼는 배신감과 의혹의 시선은 쉽게 거두어지지 않는다.
-임원 사익 추구가 우선인가-
기업 윤리 측면에서 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수천만 명의 고객이 자신의 소중한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에 불안해하고 있을 때, 회사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경영진은 자신의 자산 가치를 지키기 위해 바빴다는 정황만으로도 기업 신뢰도는 곤두박질친다.
기업의 임원은 일반 주주나 소비자보다 더 무거운 신의성실의 의무'를 진다.
회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앞장서서 문제를 해결하고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그들이, 오히려 일반 투자자들은 모르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해 '먼저 탈출'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도덕적 해이의 극치다.
신뢰가 없는 혁신은 사상누각이다.
쿠팡은 빠른 배송과 혁신적인 서비스로 단기간에 한국 이커머스 시장을 석권했다.
하지만 혁신의 속도에 걸맞은 수준의 윤리 경영과 소비자 보호 시스템을 갖추었는지는 늘 물음표가 따라다녔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임원 몇 명의 주식 매도 사건이 아니다.
소비자 정보를 다루는 기업의 책임감, 그리고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낳았다.
관련 당국의 철저한 내부자 거래 조사와 별개로, 쿠팡은 이번 사안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한다.
소비자의 신뢰가 없는 혁신은 모래 위에 쌓은 성과 같다.
경영진이 회사의 위기를 사익 추구의 기회로 삼는다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 한, 쿠팡이 쌓아 올린 혁신의 가치는 외면받게 될 것이다.
[이슈앤 = 김창권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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