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앤/ 대한상공회의소는 15일 불황을 이겨낸 일본 혁신 유통기업의 대응사례와 시사점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일본 유통기업들의 혁신사례를 소개했다.
보고서는 일본의 유통혁신 기업들이 많이 파는 것보다 필요한 것을 찾는 경험, 낮은 가격보다 납득할 수 있는 가격, 외주생산보다 스스로 만들고 공급하는 구조 등으로 위기 속에서도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선택지를 줄여야 고객이 편하다는 것이 현대 유통의 상식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일본 규슈 지역을 중심으로 성장한 DIY용품 전문점 한즈만은 그 상식을 깨고 지난 2024년 매출액과 내점객수가 전년 동기대비 각각 101%, 103% 증가했다.
한즈만은 고객이 원한다면 다 해준다는 고객 제일주의를 실천하는 상품정책을 통해 한 매장에 20만개가 훌쩍 넘는 압도적인 상품 다양성을 확보했다.
목공, 전기, 정원, 배관 등 각 카테고리마다 세분화에 세분화를 했다.
예를 들어 나사 종류만 1만 가지에 달한다.
일본 프리미엄 식료품 유통업체 키타노에이스는 단일 점포에만 무려 500종 이상의 카레 상품, 100종 이상의 샐러드 드레싱이 진열되어 있다.
일반 슈퍼와 달리 상품회전율보다 발견의 즐거움을 핵심 가치로 삼고 식문화를 탐험하는 셀렉트 숍으로 진화하며 특정 소비층의 강력한 충성도를 확보하고 있다.
박경도 한국유통학회 회장은 "한국 유통은 팔리는 상품에 지나치게 집중해 세부적 니즈와 욕구를 놓치는 경우가 있어 아쉽다”면서 “고객이 이건 나를 위한 제품이라고 느끼는 감동은 가격 경쟁력보다 훨씬 강력한 충성도를 만든다”고 밝혔다.

“최근 저온과 가뭄으로 대파 생육이 나빠져 가격이 예년 대비 1.5배 상승했습니다 고객님께는 양해를 부탁드리며 품질은 유지하겠습니다”
이 한 장의 종이 할인슈퍼마켓 오케이는 이를 정직카드라 부른다.
값이 올랐다는 사실만 적는 게 아니라 왜 올랐는지 품질은 유지되었는지 가격은 언제 다시 조정될 수 있는지까지 매장 내 모든 주요 상품 옆에 설명해둔다.
오케이는 정직 카드 시스템을 통해 고객과 강력한 신뢰를 구축하며 고객만족도 13년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오케이의 2024년 매출은 약 6,230억 엔으로 전년 동기대비 12.7%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26.1% 상승한 5.9%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오케이의 영업이익률은 일본 슈퍼마켓 평균 영업이익률인 2~4%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김창주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교수는 “오케이 사례는 불확실한 경제환경 속에서도 소비자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가격정책을 고객과의 관계로 바라보고 단순 가격인하보다 왜 이 가격인지 품질은 유지가 되는지에 대한 정보와 정서적 납득감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니클로와 교무슈퍼는 기획-제조-물류-매장-소비자 피드백까지 하나로 연결된 전방위 수직통합형 운영 모델을 통해 소비자 수요에 신속히 대응하며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유니클로는 “우리는 정보로 옷을 짓는 회사다”라는 모토 아래 전 부서를 통합하고 부서간 실시간 데이터 공유를 통해 팔리는 순간 생산이 시작되는 시스템혁신으로 모회사 2024년 매출은 2020년 동기대비 매출은 54.5%, 영업이익은 23.5%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교무슈퍼 또한 제조기능의 통합을 통해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교무슈퍼는 매장에서 판매되는 상품 대부분을 자체 식품제조 계열사를 생산하고 있고 중간 유통마진을 최소화해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품질 통제를 효율화했다.
교무슈퍼를 운영하고 있는 코베붓산은 이 구조를 통해 두 자릿수 매출 성장세와 높은 영업이익률을 이어가고 있다.
급변하는 소비자 트렌드와 온라인 시장의 장에 직면한 일본 유통기업들은 낡은 사업모델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업태혁신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실제 일본 최대 유통기업 이온리테일은 어린이 전문매장과 푸트코트 및 즉석조리식품 강화, 체험형마켓 운영 등을 통해 체류시간을 늘리고 대형마트를 가족형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며 업태 본질을 진화시키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슈퍼마켓 체인인 라이프는 셀프스캐닝카트, 전자가격표시기기 등 첨단기술을 매장에 적용한 차세대 슈퍼마켓 4.0 모델을 도입해 디지털·지속가능·체험형 매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일본 유통업계는 정반대 전략으로 불황을 기회로 바꿨다”고 강조하면서 “한국 역시 고령화와 소비 침체라는 유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단기적인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강점을 구축하고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방향으로의 근본적 체질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슈앤 = 황석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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