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앤/ 대한상의는 작년 5월 22대 국회 개원 직후 여야가 모두 발의한 반도체산업 지원법과 벤처투자법 등 14개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등 첨단산업 지원 강화, 인공지능 산업 및 인재 육성, 벤처투자 활성화, 불합리한 경제형벌 개선 등 신속입법이 필요한 과제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실제로 총 9개의 반도체 지원법안이 국회에 계류중이며 대통령 직속 반도체특별위원회 설치, 인프라 신속구축, 보조금·기금 조성, R&D 세액공제 확대, R&D 전문인력 52시간 근로시간 적용 제외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상의는 여야 모두 발의한 법안들에 내용상 이견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국회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며 글로벌 경쟁에 뒤처지지 않도록 신속 입법을 강조했다.
인공지능(AI) 기술개발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속도전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주요국 대비 투자 지원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상의는 AI 데이터센터 세제지원 확대 및 전력·용수 지원, AI 인력 육성시책 마련 등을 담은 인공지능 지원법안의 통과를 요청했다.
현재 수도권은 RE100 달성을 위한 재생에너지가 부족하고 서남권·제주도는 에너지가 남는다며 기업의 친환경에너지 전환과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RE100 산업단지 특별법안을 마련할 것도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달 첨단전략산업기금 75조 원과 민간 자금 75조 원으로 구성된 국민성장펀드 150조원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150조 원이라는 국민성장펀드 주머니를 효과적으로 채우기 위해서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선결돼야 하고 이후 이를 통해 조성된 금액이 첨단산업 분야로 흘러들어 갈 수 있도록 규제가 같이 개선돼야 한다.
이에 상의는 산업과 기술에 전문역량을 갖춘 기업이 자산운용사를 소유해 전략산업펀드를 조성하도록 경직적인 금산분리 규제를 유연하게 개선해 줄 것을 주문했다.
현재 지주회사 체제인 경우 공정거래법에서 은행·보험 뿐만 아니라 비은행 금융회사(자산운용사) 소유까지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비지주회사 체제인 경우 자본시장법에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PEF가 계열회사에 지분을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어 첨단산업 추진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금산분리 규제가 유연한 미국에서는 최근 반도체 기업인 인텔이 자산운용사(아폴로)와 51:49 합작투자로 새로운 fab 건설에 나서고 있다.
국내 벤처투자액이 2021년 15.9조 원에서 2024년 11.9조 원으로 축소되고 기술기반 창업기업 수도 동기간 24.0만개에서 21.5만개로 감소하고 있다며 민간자금 유입을 위해 벤처투자 세제혜택 확대도 건의했다.
2005년 출범한 정책 모태펀드는 우리나라 벤처펀드 결성액의 12.8%를 차지하며 AI 등 첨단기술 육성과 벤처생태계 조성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존속기간이 30년으로 제한돼 2035년 종료될 예정이어서 상의는 벤처투자 시장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존속기간 제한 규정을 삭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고배당기업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최대 45%의 종합소득 과세 대상에서 제외해 분리과세를 허용하는 고배당기업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조속 도입할 것도 주문했다.
우리나라 경제형벌 제도는 500여개 법률에 약 6천개 조항이 존재하는데 그간 불합리하고 과도한 경제형벌이 기업의 투자와 고용 등 경영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지난달 30일 경제형벌 합리화 1차 방안을 발표했고 올해 정기국회에 입법안을 제출할 예정인데 상의는 파급력 있는 개선과제 추가 발굴 및 국회의 조속 입법을 당부했다.
배임죄는 구성요건이 추상적이고 고소·고발이 용이해 모험투자에 실패한 경영자까지 기소되는 등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키고 있다.
상의는 주요국 중 우리나라만 가중처벌된다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형법 업무상 배임, 상법 특별배임, 특경법 배임을 폐지하고, 판례로 인정되는 경영판단의 원칙을 상법·형법 등에 명문화해 이사의 민형사상 책임을 합리적으로 개선할 것을 주장했다.
세계 최고수준의 상속세 부담은 기업의 계속성을 위협하고 미래투자를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기업과 인재의 해외이탈도 야기하는 등 기업가정신을 약화시키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상의는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를 반대하는 시각을 고려해 세율은 유지한 채 납부 방식을 바꿔 일시에 집중된 세부담을 낮추는 3가지 대안을 제안했다.
현재 대기업은 10년간 분할납부만 허용되어 있는데 중소·중견기업과 같이 최대 10년간 납부유예를 허용, 상장주식 상속재산 평가시 적용기준을 단기 주가가 아닌 장기 평균시세를 적용, 상속세와 자본이득세를 결합해 상속시점에 1차로 상속세 30% 부과 후 이후 주식 처분시점에 2차로 자본이득세 20% 부과하는 방안이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중국의 첨단산업 부상과 미국의 통상 압박으로 수출 환경이 악화되면서 우리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면서 “국회는 글로벌 시장을 헤쳐 나가야 하는 기업 현실을 고려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막는 규제를 풀어내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지원을 통해 산업 현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슈앤 = 이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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