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앤/ 지난 13일 고양특례시의회 영상회의실에서 “여성 청소노동자 휴게시설 실태와 개선 방안”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공공상생연대기금, 이해림 고양특례시의회 환경경제위원회 위원장의 공동주최로 개최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아파트단지에서 일하는 여성 청소노동자 휴게시설의 열악함을 지적하며 제도적 개선을 위한 핵심 과제로 ‘휴게시설 지상화’를 제안했다.
우리나라에서 청소 노동자의 휴게권이 사회적 관심으로 등장한 것은 2019년 서울대 청소노동자의 사망 사건 이후이다.
당시 67세 청소노동자가 35도의 폭염에서 에어컨도 없는 휴게실에서 사망하면서, 청소노동자 휴게시설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졌다.
이에 2021년에 휴게시설를 의무화하는 법률 개정이 이루어졌고 2022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휴게시설이 미비한 경우가 많아 고양시 실태를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토론회가 열린 것이다.
이번 토론회는 공공상생연대기금의 지원을 받아 2022~2024년 3년 동안 여성 청소노동자 휴게시설 지원사업을 벌였던 노동복지나눔센터가 주관했다.
노동복지나눔센터 김주실 이사장은 “이번 지원사업을 통해 노동자 휴게권을 보장하는 공공상생 모델이 제시되기 바라며, 지역사회에서 노동자 휴게시설 개선을 위한 여론이 형성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사업은 여성 청소노동자들의 휴게시설을 수리하고 비품을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노동자와 함께 생활 물건을 함께 만들면서 서로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정서지원사업도 함께 진행했으며 이를 통해 노동자들이 자기 존중감을 회복하고 연대의식을 형성하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토론회에 직접 참여한 고양특례시의회 고운남 의장도 “이번 토론회를 통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와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이 조화롭게 모아져 실질적인 변화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앞으로 고양특례시의회도 법적,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여성청소노동자 여러분의 근로 환경이 더욱 안전하고 쾌적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이해림 고양특례시의회 환경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일상에서 마주칠 수 있는 여성청소노동자, 여러분은 이들의 휴게시설 실태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계신지요?”라고 물으며, “여성청소노동자는 누군가의 어머니이자 할머니”임을 강조하였다.
이 분들이 “우리 도시와 환경을 위해, 동이 채 트지 않은 새벽부터 곳곳에서 힘써주고 계시기에, 고양시의회에서는 청소노동자 휴게시설 여건 개선을 위해 다양한 소통창구를 마련하고, 물심양면으로 제도적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향후 의회에서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어 본격 진행된 토론회에서 발표자인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법률적으로 휴게시설이 의무화되었음에도 실제 현장에서는 여전히 청소노동자의 휴게권이 온전히 보장되고 있지 못하다”며 “현재 아파트 단지 여성 청소노동자 휴게시설의 핵심 문제는 ‘지하 공간’에 있다”고 지적했다.
휴게시설이 대부분 아파트 동 지하 배관 공간에 위치하다 보니, 휴게시설 방의 여러 기준 항목이 법적 요건을 어느 정도 갖추더라도 아파트 지하실의 습도, 악취, 어두움 등이 휴게시설 공간을 뒤덥고 있어 노동자의 휴게권이 보장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건호 위원장은 ‘휴게시설 지상화’ 방안으로 입주자대표자회의 회의실 공간 나눔, 경로당 활용, 단지 내 편의 장소에 간이시설 설치 등을 제안했다.
한편 오위원장은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현장 점검도 대폭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더불어 청소노동자 휴게시설은 법적 의무시설이므로 새로 증축, 증설할 경우 요구되는 주민동의 요건을 현행 2/3에서 1/2로 완화할 것을 제안했다.
토론자로 나선 손용선 고양노동권익센터 센터장은 “우리나라 공동주택 노동자 휴게실은 대부분 지하층에 있거나 주차장 구석에 있어 폭염이나 혹한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지하공간에 위치하므로 휴게실 내 벽면에 곰팡이가 피고, 환기가 어렵고 악취가 진동하여 휴게시설이 마련되어 있어도 공동주택 노동자들의 건강마저 위협하고 있다.
공동주택 노동자의 쾌적한 노동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휴게시설 지상화에 모든 방안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역시 ‘휴게시설의 지상화’를 강조했다.
최진혁 노무법인 해담 부대표는 ”공동주택 청소노동자 휴게시설은 65%가 지하에 존재한다.
이는 시행된 산안법 시행규칙상의 휴게시설의 조도, 온도, 습도, 특히 창문을 통한 환기 기준을 갖추기 어렵다는 점을 의미하다.
지상화를 의무화하거나 최소한 지하인 경우 환풍기나 공기청정기 배치 의무 등 요건을 강화하고, 이에 대한 감독 강화가 필요하다.
또한 휴게시설 설치의무 이행 조건에 대해 현행법은 노사협의를 활용하도록 하고 있으나, 3개월, 6개월 초단기 간접고용 청소노동자의 참여는 사실상 배제되어 있다.
휴게시설 관련 의사결정이나 점검에 지자체 노동복지센터 등 청소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기구의 지원과 참여 절차를 마련할 필요 있다”고 제안했다.
손동숙 고양특례시의회 위원도 “근로자들의 복지와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단순히 법적 의무를 넘어,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인 부분이다.
여성 청소노동자와 같은 취약 계층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단지 그들의 근로 환경을 개선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가치와 문화가 성숙해지는 과정이다.
아파트 주민들과 관리사무소는 청소노동자들이 일하는 환경을 존중하고, 이들이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정달용 고양특례시 주택과 과장도 “고양시는 2021년에 경기도 시범사업으로 청소노동자 휴게시설 지원사업을 처음 시작하였고, 이후 도비와 시비 예산을 합쳐 매년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지원이 필요한 곳이 많기에 휴게시설 지상화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노동복지나눔센터는 지난 10월 31일에 국회의원회관에서 같은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고, 이번에 고양시 지역에서 고양시 사례를 중심으로 2차 토론회를 연 것이다.
이후 노동복지나눔세터는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 맡아야 할 법제도 개선, 입주민대표자회의의 인식과 책임 강화, 지역사회 노동지원센터의 역할 등을 종합한 개선안을 발표하고 국회의원, 시의원들과 함께 실질적 개선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이슈앤 = 배정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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