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허가도 받기 전부터 수조원대 주기기 선제작은 원안법 위반, 감사원 감사 필요”
“중대사고 평가 누락하여 안전 확보되지 않은 채로 노후원전 수명연장 추진 안돼”

이슈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국회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서울 노원을)은 24일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를 대상으로 한 종합국정감사에서, “신규원전 주기기 선발주와 노후원전 수명연장시 최신기술기준 누락 등 원전업계의 불법·탈법적 관행이 대한민국의 원전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불법적 관행을 바로잡음으로써 원전안전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지 않고는 윤석열정부가 추진하는 원전확대 또한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4일 국정감사에서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사장은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의 주기기 선발주 관행에 대한 질의에 답변하면서 “당시 원전업계의 일반적 관행”이라 답변한 바 있다.
지난해 국감에서 김성환 의원의 질의에 ‘관행’이라 대답한 방문규 전 장관의 답변과 맥을 같이한다.
김성환 의원은 “한수원은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이 인허가 절차 이전에 수조원대의 설비제작을 지시하였고, 산업부는 이를 묵인함으로써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공정한 안전심사를 방해하는 원안법 위반을 저질렀다”면서, “이러한 불법행위를 ‘관행’이라는 핑계로 정당화하고, 앞으로도 되풀이하려는 원전업계의 안전불감증에 따가운 회초리가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김 의원이 지적한 원전업계 선발주 관행의 위법성은 이미 법원 판결을 통해서도 확인된 바 있다.
지난 2017년 서울행정법원은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 취소 판결에서 “원안위의 심의·의결이 있기 전 계속운전을 위한 설비교체 등이 먼저 이루어지는 것은 위원회의 심의·의결이 없어 위법할 뿐만 아니라 정책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이러한 행위가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나 원안위 소속 직원들에게 공정한 심사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김 의원은 “국정감사 이후 감사원 감사를 의결함으로써 원전업계의 선발주 위법 관행을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원전업계에서는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고리2~4호기, 한빛 1·2호기, 한울1·2호기, 월성2~4호기 등 다수 노후원전의 수명연장의 위법성 문제도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수명연장을 위한 주기적안전성평가를 위해 제출하는 방사선환경평가의 ‘최신기술기준’ 적용이 쟁점이다.
현행 원자력안전법 시행령·시행규칙은 방사선환경평가에 최신 기술기준을 활용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현재 한수원이 제출한 초안에서는 최신기술기준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고리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은 사고평가에 미국 NUREG-0555를 기반했음을 명기하고 있는데, 이 기준은 미국에서는 이미 2000년부터 다음 버전인 NUREG-1555로 대체되어 폐기된 기준이다.
NUREG-0555와 1555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7등급 ‘중대 사고 영향 평가’가 추가되었다는 점으로, 미국에서는 스리마일 원전사고 이후 강화된 기술규제 요건에 해당한다.
환경영향평가서에 ‘중대사고’를 언급했더라도, 사실상 중대사고 발생 수준의 평가는 누락됐다는 의혹도 있다.
한빛1·2호기 환평 초안에서는 중대사고 평가항목을 표기하고는 있지만, 내용을 확인해 보면 ‘사고관리를 통해 제한구역경계에서 250mSv(밀리시버트) 수준 이하로 관리’하는 상황만을 가정하여 영향을 평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의 수명연장 사례와 비교해 보면, 미국 써리(Surry)원전은 2021년 수명연장 과정에서 중대사고 발생시 최대 81,800~145,000mSv에 이르는 방사선 누출 영향까지를 평가했던 적이 있다.
김 의원은 “현재의 원전 수명연장은 중대사고 발생 시나리오가 사실상 누락된 엉터리 평가로 좀비 원전을 양산하는 계획”이라고 꼬집었다.
한수원이 노후원전의 수명연장을 위해 계획한 설비개선 투자액 또한 주요국 대비 심각하게 낮은 수준으로 드러나 원전안전 확보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수원이 김성환의원실에 제출한 수명연장 원전 호기당 설비개선비용은 한울1·2호기 1,570억원에서 한빛1·2호기의 2,786억원 수준이다.
해외 주요국의 수명연장 투자액과 비교해 보면 우크라이나·러시아의 절반 이하이며, 서구 선진국과 비교하면 1/4~1/9 수준에 불과하다고 김성환 의원은 분석했다.
김 의원은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안전 중시하는 관료적 사고 버려라’ 지시 후로 안전불감증과 불법적 관행이 원전업계에 더욱 팽배해지리란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면서, “이는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한다는 헌법적 가치를 저버린 것”이라 질타했다. 덧붙여 “적법절차 준수와 최신기술 적용이라는 원전 안전 확보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노력도 소홀하다면, 원자력발전의 역할 확대는 결코 지지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슈앤 = 강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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