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의 본성은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 것인가?
잔인성의 한계를 수치로 계량화할 수는 없다.
다만 잔인한 사람만이 배신을 감행할 수 있으며 특히 정치판에서의 배신은 국가의 운명까지도 바꾼다는 사실이다.
6개월여 전만 해도 대한민국 20대 대통령 윤석열은 대 유럽연합 외교무대를 비롯해 한미일 3국 관계 복원과 원전 해외수출 다변화 등 괄목할 만한 큰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국회를 장악한 다수당의 저해 행위를 이겨내지 못했다.
이는 분명 대통령만이 져야 할 책임은 아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의 몫이 더 크다 할 것이다.
국민의힘당은 당내 전 의원들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패악질을 국민에게 알리며 극한 투쟁에 나서야 했다.
급기야 윤 대통령은 국가 통치행위를 가로막는 세력들을 반국가 세력으로 명명하며 비상계엄을 선포했으나 오히려 내란 우두머리로 몰리며 영어의 처지로 까지 추락했다.
정녕 그는 420년 전 스페인 작가 세르반데스의 소설 속 주인공처럼 풍차를 향해 돌진해 창을 꽂은 돈키호테의 후예로 끝날 것인가.
결코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지난 10일 새벽 1시 30분경 감옥에 재구속되는 장면을 지켜본 국민들은 좌·우 진영을 떠나 또는 너와 나의 구별을 떠나 모두 착잡한 마음의 심경을 감출 길이 없었을 것이다.
모두가 대한민국의 국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폭염. 폭우를 뚫고 광화문과 여의도 광장에 나와 태극기와 성조기를 높이 들고 <대통령 무죄>를 부르짖던 아스팔트 위의 애국 보수국민들이다.
그들은 아직도 깊은 잠을 못 이루고 가슴앓이하며 몽유병 환자처럼 거리를 헤맨다.
도대체, 왜 ?
대통령이 무슨 내란을 일으켰다고 파면을 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섭씨 40도를 오가는 이 염천에 2평짜리 감방에 가두어 놓느냐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구속 영장심사가 진행되는 시간에도 법원과 구치소 일대는 5천여 명(경찰추산 2천 명)에 이르는 군중이 모여 <대통령 무죄>를 연호했다.
이 현상은 결코 가볍게 볼 수만은 없는 중대한 함의가 내재된 불씨로 볼 수 있다.
불의를 보고도 외면하는, 아니 그들과 한통속이 된 부패한 사법부와 자유민주체제를 말살하려는 주사파의 소굴이 된 정치판에 불을 지필 발화점으로 충분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또한 증오의 표적이 되어 가는 분위기다.
아스팔트맨을 자칭하는 70대 중반의 한 남자는 "적과 싸우다 말에서 떨어져 피투성이가 된 장수를 구하기는커녕 적과 함께 짓밟는 당을 어느 국민이 지지하겠냐"며 "보수당이 보수세력을 잃으면 이미 당이 아니다"고 열을 올린다.
국민의힘은 스스로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이다.
보수당인 국민의힘을 망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당 대표와 그를 추종하는 트로이 목마의 배신세력이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탄핵에 동조만 안 했더라면 하는 차마 돌이키고 싶은 가슴 아픈 역사가 있다.
보수당으로서 가야 할 길을 막고 구심점을 잃게 한 세력은 바로 한동훈 전 대표와 친한계의 좌장 격인 조경태 등 을사 16적이다.
조경태 의원 등은 윤 대통령이 특검의 소환에 칭병을 사유로 불응하자 한 방송에 출연, "즉각 영장을 발부받아 체포해야 한다 "는 등 보수세력에 먹물을 붓는 패악질을 계속하고 있다.
배신의 멍애를 쓴 이들의 무리가 당에 남아있는 한 국민의힘의 재기는 가뭄에 콩 나기보다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의힘의 패착은 대통령을 버린 것이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벗어나기 위해 파 놓은 암수에 걸린 것이다.
이재명 사단은 특별한 조직을 갖추고 윤 대통령 취임 전 당선자 신분일 때부터 조기 퇴진의 음모를 진행해 왔다 할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의 학습효과를 민주당은 더 깊이 숙지한 반면 국민의힘은 팽개쳐 버린 채 한량 노릇으로 세월아 네월아 한 것이다.
이미 수사가 종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등이 계속 언론에 보도되면서 윤 정부의 발목을 잡아왔던 것이다.
북한을 제집 드나들듯 하던 가짜 목사의 디올 파우치 사건은 아직도 왜? 그가 무슨 목적으로 사건을 꾸몄는지 그 배경과 주모자들의 전모는 오리무중이다.
국민의힘이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모 기업 회장의 말처럼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는 피나는 자기혁신이 필요하다.
혁신의 첫 과제는 단연코 한동훈과 그의 추종 세력을 당에서 축출하는 것이다.
고름은 거세해야 할 대상일 뿐 살이 될 수는 없다.
지금 국민의힘에 필요한 것은 의석수가 아닌 단합의 정신이다.
보수의 가치를 창출하고 개발할 수 있는 지도자는 당내 인물 중에서도 충분하다는 여론이다.
개인과 주변 무리를 위한 사욕보다 당과 나라를 위해 헌신할 참다운 인재를 발굴해 내야 할 것이다.
[이슈앤 = 이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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