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앤/ -전자금융 그림자,'편리함' 뒤에 범죄 통로-
전자결제대행업체(Payment Gateway, PG사)는 온라인 상거래의 필수 인프라다.
PG사 덕분에 우리는 복잡한 과정 없이 신용카드나 계좌이체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편리함'의 이면에는 유사수신, 불법 도박, 보이스피싱, 자금세탁 등 조직적 금융 범죄에 악용되는 심각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PG사가 범죄 조직의 자금을 합법적인 거래로 위장시켜 주는 '결제 사각지대'로 활용되고 있다는 우려는 더 이상 단순한 경고가 아닌, 현장 적발 사례로 입증되고 있다.
-가상계좌의 남용과 '공생 관계'-
PG사가 자금세탁의 통로로 악용되는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가상계좌의 발급 및 운영 권한에 있다.
가상계좌는 고객에게 임시로 부여되는 일회성 계좌로, PG사가 은행으로부터 이 발급 권한을 위임받아 자체적으로 가맹점에 제공할 수 있다.
전통적인 은행 대포통장에 대한 당국의 감시망이 촘촘해지자, 범죄 조직들은 상대적으로 감시가 느슨한 PG사의 가상계좌로 눈을 돌렸다.
PG사는 합법적인 쇼핑몰로 위장한 불법 도박 사이트나 보이스피싱 조직을 가맹점으로 받아준다.
범죄 수익금이나 피해금은 이 PG사가 제공한 가상계좌로 유입되어 마치 정상적인 온라인 결제 대금인 것처럼 세탁된다.
심지어 일부 PG사들은 범죄 조직과의 '공생 관계'를 형성하며 수수료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적발된 사례를 보면, 일부 PG사는 1조 원이 넘는 규모의 돈세탁을 도왔으며, 심지어 PG사 대표가 직접 허위 매출을 조작해 온라인 투자연계금융업체로부터 거액을 불법 대출받는 사기 행각에 가담하기도 했다.
이는 PG 업계의 일부 일탈이 단순한 실수가 아닌, 조직적이고 의도적인 범죄 행위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규제 당국과 PG사의 책임-
PG사의 불법 행위 악용 우려는 결국 자금세탁방지(AML) 체계의 허점을 드러낸다.
PG사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에 따라 자금세탁방지(AML) 의무와 고객확인제도(KYC) 솔루션을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PG사는 이 법적 요구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거나, 다단계 하위 PG업자에게 결제 대행 업무를 위탁하는 복잡한 구조를 이용해 감시망을 회피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상계좌 상시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고 현장 점검을 강화하는 등 강력한 대응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특히 범죄에 연루된 PG사에 대해서는 수사기관과 공조하여 시장에서 신속하게 퇴출시키겠다는 의지도 보여준다.
PG사는 더 이상 단순히 결제를 대행하는 기술 회사가 아니다.
이들은 금융 시스템의 안전성을 유지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효과적인 AML 시스템 구축을 위해 의심 거래를 사전에 감지하고 차단할 수 있는 기술적 솔루션을 도입하고, 내부 통제 시스템을 철저히 운영해야 한다.
-금융 안정을 위한 PG사의 자정 노력-
PG사의 유사수신 및 자금세탁 악용 우려가 여전하다는 것은 한국 전자금융 시스템의 치명적인 취약점이다.
편리성을 핑계로 범죄의 통로를 열어주는 행태는 근절되어야 한다.
이제는 규제 당국의 감시 강화뿐 아니라, PG사 스스로가 윤리적 책임을 인식하고 강력한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불법 행위에 연루된 PG사를 시장에서 엄중히 퇴출시키는 '시장 퇴출 메커니즘'을 더욱 강화하고,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전자금융거래법 등 관련 법규의 징벌적 규정을 정비해야 할 때다.
PG사가 건전하고 투명한 금융 인프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야말로, 국가 전자금융 시스템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슈앤 = 김창권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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