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앤/ -구글, 잠에서 깨어나다-
지난 몇 년간 인공지능(AI) 업계는 한 기업의 이름 앞에 무릎을 꿇었다.
바로 NVIDIA다. GPU를 AI 학습용 칩으로 표준화시킨 이 회사는 H100, A100 같은 고성능 칩을 통해 AI 혁명의 하드웨어 기반을 독점적으로 장악해 왔다.
90%가 넘는 시장 점유율은 그들의 기술력과 선점 효과가 얼마나 압도적인지를 증명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AI 시대의 '골드러시'에서 곡괭이를 파는 상인이었다.
하지만 이 독점 구조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그 균열을 일으키는 주체는 다름 아닌, AI 시대를 열었으나 한동안 '내부자'로만 머물렀던 거인, Google이다.
- TPU, 구글이 꺼내 든 비장의 무기-
구글이 엔비디아에 대항해 전면에 내세운 것은 바로 TPU(Tensor Processing Unit)다.
TPU는 구글이 자체 개발한 AI 전용 칩으로, 엔비디아의 범용 GPU와는 설계 철학이 다르다.
GPU가 여러 용도로 쓰일 수 있는 '맥가이버 칼'이라면, TPU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과 같은 딥러닝 연산에 최적화된 '명검'이다.
구글은 이 칩을 자체 서비스에만 사용하며 성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켜왔고, 그 결과물이 바로 최근 공개된 최신 모델인 제미나이 3의 압도적인 성능으로 입증되었다.
최근 구글의 가장 대담한 움직임은 이 TPU를 외부 데이터센터에 직접 공급하겠다는 전략이다.
"더 이상 구글 클라우드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TPU를 쓰지 않겠다."
이는 엔비디아가 구축해 놓은 AI 인프라 시장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위이며, 메타, 앤트로픽과 같은 대형 AI 기업들에게 '선택의 자유'라는 강력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수직 통합-
구글의 무서운 점은 단순한 칩 경쟁이 아니라는 데 있다.
구글은 AI 모델(소프트웨어)과 이를 구동하는 AI 칩(하드웨어)을 동시에 개발하는 '수직 통합'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제미나이 3와 같은 최신 모델을 만들 때, 그 모델에 최적화된 맞춤형 TPU를 설계할 수 있다.
이는 개발 시간을 단축하고, 성능을 극대화하며, 결과적으로 엔비디아의 GPU를 사용할 때보다 훨씬 비용 효율적인 AI 인프라 구축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통합적 접근 방식은 엔비디아가 아무리 강력한 칩을 만들어도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구글만의 생태계 우위를 제공하고 있다.
-경쟁이 가져올 AI 시장의 미래-
물론 엔비디아는 여전히 막강하며, 블랙웰(Blackwell)과 같은 차세대 칩으로 격차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구글의 '깨어남'은 AI 시장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이 경쟁은 결국 시장에 다원화와 효율성을 가져다줄 것이 분명하다.
기업들은 AI 워크로드의 성격에 따라 범용적인 GPU와 특화된 TPU를 섞어 쓰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채택하게 될 것이다.
이는 AI 서비스의 가격 경쟁을 촉진하고, 궁극적으로 더 빠르고 저렴하며 강력한 AI 모델을 대중에게 제공하는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한때 '검색의 제왕'이었으나, 이제는 AI 칩 시장에서 새로운 왕좌를 노리는 도전자로 변모했다.
깨어난 거인의 행보가 엔비디아의 독점 왕국을 어떻게 뒤흔들지, 우리는 흥미진진한 기술 혁신의 한복판에 서 있다.
[이슈앤 = 김창권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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